처음 말하는 이야기라 어색할 수도 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해줘.
내가 잘하는 짓은 이 정도 뿐이니까.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난 다만 그저 습관처럼 찾고 또 찾았을 뿐이니까.
고작 내 나이 먹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이 시간이라는 건 내게는 제법 각별한 이름이야.
왜냐하면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모든 것들은
이 시간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솔직히 웃기기도 해.
생각해보면 이 시간 때문에 좋았던 기억 보다는
거지같고 지랄 맞으며 쓰라리고 괴로운 기억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겠지.
배부른 소리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소중한 존재야.
그 이유는 아마도 내게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겠지.
그 시간이 내게 어떤 길을 가게 하더라도 상관은 없어.
어차피 내가 뭘 하던 간에 그.리.하.게 될 테니까.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들이 이루어 지지 않아서
슬퍼하거나 후회해도 원망할 필요는 없어.
시간이란 녀석은 원래 그러니까.
항상 행복하게만 해줄 수는 없는 녀석이니까.
그래도 난 시간을 사랑해.
손목을 긋고 싶어질 정도로 힘들 때
내 곁에서 위로해준 건 몇 안 되는 친구들과 술과 담배, 음악과
시간뿐이었으니까.
이제 난 다시 기나긴 여행을 떠나야 해.
이 여행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어.
그저 묵묵히 걸어가야 할 테지만 그래도 외롭진 않을 거야.
내 곁에는 항상 시간이 머물러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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