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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6.28 100628 산책길
20살 이후 여기저기 떠돌긴 했지만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은

다름 아닌 고향, 경기도 오산이라는 작은 곳이다.

요즘이야 전철이니 뭐니 해서 많이 변하긴 했지만
꼬꼬마 시절 때만해도 여긴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평범한 시골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 그 옛날 추억을 조금이나마 떠올려보며
작은 산책길에 나섰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내가 다닌 초등학교.

어렸을 때 뒹굴던 그 흙투성이 운동장이 아닌
이제는 잔디와 우레탄으로 변했다.

이제 이곳에서도 옛날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조금은 씁쓸하긴 하지만

어차피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기 마련.
추억은 역시 추억속으로 남아야 아름다운 법이다.






조금은 섭섭한 마음을 안고 학교 구석구석을 다녀보는데
올커니, 그러면 그렇지. 역시 쉽게 변하지는 않았다.

앞건물은 변했어도 뒷건물은 여전히 내가 다녔던 모습 그대로이다.
물폭탄을 던지고 서로 주먹질하고 욕하며 뛰놀던 그곳.

아직까지 남아있어 잠시 걸음을 멈춘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초등학교 강당, 확실히 예전에 쓰던 강당은 너무 낡은 탓인지 새로 리모델링을
한 듯 하다. 예전에 그 투박한 건물이 조금은 그립지만 이런 건물이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아도 문제가 없겠지.




개인적으로 참 추억이 많은 곳이다. 지금은 깔끔한 철망으로 되어있지만
예전에는 차가 드나들 수 있게끔 상당한 두께의 녹슨 쇠창살로 막혀있었다.
교문으로 가기 귀찮으면 이곳으로 뛰어넘어 다니기도 하고
아이들이 가끔 이곳에서 흔히 말하는 맞짱을 뜨던 곳이기도 하다.
물론 그 맞짱을 뜨던 놈들 중에 나도 역시 포함이다.


괜히 아쉬워서 학교를 한바퀴 더 돌았다. 이 낡은 벽돌 건물.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오산은 아직까지도 3일과 8일에 5일장이 선다. 때마침 오늘이 장이 서는 날
한가한 평소와는 달리 장날 답게 북적북적 거린다. 나도 이 사람들 틈에 섞여 들어가본다.



요즘 이런 재래시장의 화두는 현대화다. 최근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에 점차 밀리는
추세인 건 분명하다. 시절이나 가격면에서 대형마트에 밀리는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좀 늦긴 했지만 재래시장도 현대화에 동참하여 시설을 조금씩 갖추고 있는데
오산도 예외는 아닌 듯 했다.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고 시장 내부에 주차장을 갖추는 등
나름 노력은 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활발한 재래시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듯 했다.







잠깐 시장을 빠져나와서 다른 길로 들어섰다. 이곳은 재개발이 한창인 다른 동네와 달리
예전의 모습을 아직까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낡고 허름하고 조용한 이 동네를
지나가다 보면 한가로움이 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 하다.




결국 한바퀴 다돌고서 다시 시장으로 들어왔다.
그냥 가기는 아쉬워서 예전에 부모님이 가끔 시장에서 사주셨던
족발집에 들러 5000원짜리 미니 족발을 하나 사들고 가방에다 쑤셔넣었다.








내친김에 내가 초등학교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동네까지 찾아갔다.

옛날 흔히 찾아볼 수 있던 흙투성이 놀이터.
그네와 시소, 정글짐, 철봉 기타등등
해가 질때까지 친구놈들이랑 어울려 놀고 가끔 사고도 치고
현대식으로 변하긴 했어도 그때 그 추억은 아직도 남아있다.




슬슬 걷다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다.
왠지 아쉬워서 담배 한 대를 물고선 그때 추억을 하얀 연기에 담아 날려보냈다.



역시 이곳은 예나 지금이나 건물 몇 개 바뀐 거 빼고는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


거의 15~20년 전만해도 이곳은 거의 홍등가 수준이었다.
사창가만 없을 뿐이지 유흥주점, 룸싸롱, 성인극장 등
얼라들은 밤에 쉽게 지나갈 수 없는 대표적인 뒷골목이랄까.

지금 지나가보면 대다수의 가게들은 폐업을 했지만
아직 몇몇 곳은 영업을 하는지 정리가 되어있는 듯 했다.




학생 시절, 이 골목을 5년 동안 다니며 버스를 타고 다녔다.
지나갈 때마다 소변냄새가 미친듯이 올라와서 늘 코를 막고 다녔었다.


대충 2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옛날의 기억을 담아보려 애를 썼지만
시간의 흐름은 역시 누구에게나 공평한 듯 하다.

이 동네가 변한 만큼
나 역시도 변했으니까.


타박타박 걸어가는 내 입에선 윤상의 가려진 이야기가 작게나마 흘러내렸다.

노는 아이들 소리 저녘 무렵의 교정은
아쉽게 남겨진 햇살에 물들고
메아리도 멀리퍼져 가는
꼬마들의 숨바꼭질 놀이에
내 어린 그 시절 커다란 두눈의 그 소녀 떠올라
넌 지금 어디 있니
내 생각 가끔 나는지
처음으로 느꼈었던 수줍던 설레임
지금까지 나 헤매는 까닭엔
니가 있기는 하지만
우린 모두 숨겨졌지
가려진 시간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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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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