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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이후 여기저기 떠돌긴 했지만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은

다름 아닌 고향, 경기도 오산이라는 작은 곳이다.

요즘이야 전철이니 뭐니 해서 많이 변하긴 했지만
꼬꼬마 시절 때만해도 여긴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평범한 시골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 그 옛날 추억을 조금이나마 떠올려보며
작은 산책길에 나섰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내가 다닌 초등학교.

어렸을 때 뒹굴던 그 흙투성이 운동장이 아닌
이제는 잔디와 우레탄으로 변했다.

이제 이곳에서도 옛날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조금은 씁쓸하긴 하지만

어차피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기 마련.
추억은 역시 추억속으로 남아야 아름다운 법이다.






조금은 섭섭한 마음을 안고 학교 구석구석을 다녀보는데
올커니, 그러면 그렇지. 역시 쉽게 변하지는 않았다.

앞건물은 변했어도 뒷건물은 여전히 내가 다녔던 모습 그대로이다.
물폭탄을 던지고 서로 주먹질하고 욕하며 뛰놀던 그곳.

아직까지 남아있어 잠시 걸음을 멈춘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초등학교 강당, 확실히 예전에 쓰던 강당은 너무 낡은 탓인지 새로 리모델링을
한 듯 하다. 예전에 그 투박한 건물이 조금은 그립지만 이런 건물이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아도 문제가 없겠지.




개인적으로 참 추억이 많은 곳이다. 지금은 깔끔한 철망으로 되어있지만
예전에는 차가 드나들 수 있게끔 상당한 두께의 녹슨 쇠창살로 막혀있었다.
교문으로 가기 귀찮으면 이곳으로 뛰어넘어 다니기도 하고
아이들이 가끔 이곳에서 흔히 말하는 맞짱을 뜨던 곳이기도 하다.
물론 그 맞짱을 뜨던 놈들 중에 나도 역시 포함이다.


괜히 아쉬워서 학교를 한바퀴 더 돌았다. 이 낡은 벽돌 건물.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오산은 아직까지도 3일과 8일에 5일장이 선다. 때마침 오늘이 장이 서는 날
한가한 평소와는 달리 장날 답게 북적북적 거린다. 나도 이 사람들 틈에 섞여 들어가본다.



요즘 이런 재래시장의 화두는 현대화다. 최근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에 점차 밀리는
추세인 건 분명하다. 시절이나 가격면에서 대형마트에 밀리는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좀 늦긴 했지만 재래시장도 현대화에 동참하여 시설을 조금씩 갖추고 있는데
오산도 예외는 아닌 듯 했다.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고 시장 내부에 주차장을 갖추는 등
나름 노력은 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활발한 재래시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듯 했다.







잠깐 시장을 빠져나와서 다른 길로 들어섰다. 이곳은 재개발이 한창인 다른 동네와 달리
예전의 모습을 아직까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낡고 허름하고 조용한 이 동네를
지나가다 보면 한가로움이 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 하다.




결국 한바퀴 다돌고서 다시 시장으로 들어왔다.
그냥 가기는 아쉬워서 예전에 부모님이 가끔 시장에서 사주셨던
족발집에 들러 5000원짜리 미니 족발을 하나 사들고 가방에다 쑤셔넣었다.








내친김에 내가 초등학교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동네까지 찾아갔다.

옛날 흔히 찾아볼 수 있던 흙투성이 놀이터.
그네와 시소, 정글짐, 철봉 기타등등
해가 질때까지 친구놈들이랑 어울려 놀고 가끔 사고도 치고
현대식으로 변하긴 했어도 그때 그 추억은 아직도 남아있다.




슬슬 걷다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다.
왠지 아쉬워서 담배 한 대를 물고선 그때 추억을 하얀 연기에 담아 날려보냈다.



역시 이곳은 예나 지금이나 건물 몇 개 바뀐 거 빼고는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


거의 15~20년 전만해도 이곳은 거의 홍등가 수준이었다.
사창가만 없을 뿐이지 유흥주점, 룸싸롱, 성인극장 등
얼라들은 밤에 쉽게 지나갈 수 없는 대표적인 뒷골목이랄까.

지금 지나가보면 대다수의 가게들은 폐업을 했지만
아직 몇몇 곳은 영업을 하는지 정리가 되어있는 듯 했다.




학생 시절, 이 골목을 5년 동안 다니며 버스를 타고 다녔다.
지나갈 때마다 소변냄새가 미친듯이 올라와서 늘 코를 막고 다녔었다.


대충 2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옛날의 기억을 담아보려 애를 썼지만
시간의 흐름은 역시 누구에게나 공평한 듯 하다.

이 동네가 변한 만큼
나 역시도 변했으니까.


타박타박 걸어가는 내 입에선 윤상의 가려진 이야기가 작게나마 흘러내렸다.

노는 아이들 소리 저녘 무렵의 교정은
아쉽게 남겨진 햇살에 물들고
메아리도 멀리퍼져 가는
꼬마들의 숨바꼭질 놀이에
내 어린 그 시절 커다란 두눈의 그 소녀 떠올라
넌 지금 어디 있니
내 생각 가끔 나는지
처음으로 느꼈었던 수줍던 설레임
지금까지 나 헤매는 까닭엔
니가 있기는 하지만
우린 모두 숨겨졌지
가려진 시간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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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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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하고
최근에 나오는 음악들은 취향 탓인지 잘 듣지 않는 편이라

요즘 속칭 트렌드라 불리는 것에 대해선 완전 문외한임을 밝힌다.

 오늘 인터넷을 보다 아주 기가 찬 글을 읽고서 간만에 분노가 치밀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http://media.daum.net/entertain/music/view.html?cateid=1005&newsid=20100416102241744&p=akn <--- 이곳을 확인하시라.

말 그대로 가수는 사전적 의미로 노래 부르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다.

즉, 최소한 자기 노래 만큼은 소화해 낼 줄 알아야 가수라고 불릴 만 하단 뜻이다.

그런데, 그 말도 안되는 퍼포머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이며

이쁘고 화려하니까 봐주세용
립싱크도 인정 안하는 우리나라
가창력에 목숨거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이런 쉴드 치는 짓거리가 여전히 활개를 친다.


어차피 평소엔 이런 취향의 음악은 잘 듣지도, 관심도 없지만
하지만 이런 글을 보고서 울화통이 터지는 이유는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이효리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비해
가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와 보여주는 행동이

가수의 기본적인 것 조차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효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효리에게 7옥타브의 고음을 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자기 노래 만큼은 제대로 부를 수 있기를 바라는 거다.

뭐 이런 글 써봐야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을 거고

어차피 잘나가니 질투나서 씹는거니까 머저리 같은 놈들 무시하세요
아 따위 드립 나오는게 뻔히 눈에 보이긴 하다.

Ps. 괜한 난독증 때문에 요즘 음악은 듣지도 않고 까네 마네 이딴 소린 안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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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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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17

나의 하루, 生 2010. 2. 17. 01:36
언제부터 그랬을까.

채우고 또 채워도 비어있는 공간.
부르고 또 불러도 들리지 않는 소리.

마음 한 켠에 미련만 가득 남아서

될 수 없는 것들을 꿈꾸고
오지 않을 것들을 기다리고 있다.

잘 알고 있다.

어차피 기대해선 안된다는 걸.

하지만

우습게도, 정말 우습게도
알면서도,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차마 끊질 못하고

날 잊을때까지 술을 마시고
폐가 썩어가도록 담배를 태우며
환청이 들릴때까지 말을 하고 있다.

이런 쓸데없는 나약함 따위
저 멀리 가줬으면 좋겠다.

내 심장이 멎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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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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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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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천양희


오늘 하루가 너무 길어서
나는 잠시 나를 내려 놓았다.
어디서 너마저도
너를 내려놓았느냐.
그렇게 했느냐.
귀뚜라미처럼 찌르륵대는 밤 
아무도 그립지 않다고 거짓말하면서
그 거짓말로 나는 나를 지킨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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